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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미투’ 조사 결정 5개월 뒤 ‘조용히’ 종결
검찰 수사·법무부 조사 이유로 중단..박원순 사건 처리 향방 주목

여성단체들, 박원순 성추행 의혹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0.7.28      hwayoung7@yna.co.kr  (끝)
여성단체들, 박원순 성추행 의혹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0.7.28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공식 요청하면서 박 전 시장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이 인권위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하나파워볼

29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특정인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인권위가 직권조사한 대표 선례로는 2018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사례가 있다.

당시 인권위는 안 전 국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 의혹에 더해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전반까지 직권조사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5개월 만에 조사를 종결했다.

인권위는 당시 조사에서 검찰 내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체 규명을 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측 요청에 따라 직권조사를 결정하더라도 앞선 사례처럼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8년 인권위 ‘검찰 미투’ 직권조사…5개월 뒤 조용히 종결

미투 폭로 당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2018년 2월 인권위에 안 전 국장의 성추행과 2차 가해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을 냈다.FX시티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다음 날 브리핑을 열고 해당 사건을 비롯해 검찰 전반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는 처음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인권위는 같은 해 7월 서 검사 측 진정을 ‘각하’ 처리하고 직권조사를 종결했다. 조사를 개시할 때와는 달리 종결 사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결정이 나왔다는 사실은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인권위가 2001년 이후로 실시한 직권조사 192건 중 해당 직권조사만 유일하게 각하됐다”며 검찰이 부담스러워 직권조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피감기관장으로 당시 국회에 출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검찰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서지현 검사 사건은 재판 중인 사건에 해당해 각하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 결정문에서 “검찰 수사 결과 (안 전 국장의) 추행 혐의는 공소기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불구속 기소가 됐으므로 진정 사건을 각하한다”고 했다. 그 근거로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는 각하 사유’라고 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조항을 들었다.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도 법무부가 조사에 나섰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 사건 결정문에서 “법무부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를 만들어 검찰을 조사하기로 했고, 인권위가 유사한 전수조사를 거듭할 경우 부정적 인식이나 반발이 생겨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조사 중단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박원순 사건도 이미 수사 진행 중…인권위에 강제수사권 없는 한계도동행복권파워볼

이런 전례 때문에 박 전 시장 관련 사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묵인·방조 의혹, 고소 사실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인권위에 요청했지만, 이에 관한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하더라도 대부분 각하 처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 조사의 한계도 지적된다.

2년 전 검찰 대상 직권조사 당시 인권위는 관계인 진술 등을 토대로 검찰 내에서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했다고 의심되지만 징계나 입건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 9건을 추가로 파악하고, 이 가운데 검찰의 후속 조치가 없는 4건에 대해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피해를 부인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개별사건의 조사를 더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밝혔다.

인권위에 압수수색 등 수단을 포함한 강제수사권이 없는 이상 자발적 진술이나 임의제출 성격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건 관계인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합뉴스는 당시 인권위가 확인한 검찰 내 성희롱·성추행 의심 사례의 조치 결과를 문의했으나,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베네수엘라 대사에게 2차례 서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과 베네수엘라의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패널은 이러한 협력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일 수 있다는 경고를 베네수엘라 측에 전달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패널이 사무엘 몬카다 주유엔 베네수엘라대사에게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보낸 서한을 입수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라스테어 모건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지난달 12일 서한에서 “그런 협력은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잘 알려진 방식”이라면서 “의심스러운 협력에 관한 정보에 대해 답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협력하는지 등에 관한 세부 정보는 서한에 담기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전문가패널은 지난 3월 초 연례 보고서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2인자로 꼽히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방문에서 서명했을 가능성이 있는 양측의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베트남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카베요 의장을 환영하면서 “엄청난 합의들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카베요 의장을 가리켜 “북한과 베트남의 형제들과 농산물, 정치, 산업, 상업, 에너지, 군사 지원과 협력을 위한 위대한 합의들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나 군사 협력에 합의한 나라가 북한인지 아니면 베트남인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날 보도에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마두로 정권의 유엔 제재 위반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8년 베네수엘라 방문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만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EPA=연합뉴스]
2018년 베네수엘라 방문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만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EPA=연합뉴스]

공공임대 확보 등 이익환수 전재
정비조합 “생활여건만 악화” 난색
이르면 8월 4일 공급대책 발표
민주 “외국인 투기 근절 대책 마련”

2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이번주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한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간 조율을 마치고 내달 초 발표한다. 대책에는 서울 지역 택지 용적률 상향을 비롯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2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이번주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한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간 조율을 마치고 내달 초 발표한다. 대책에는 서울 지역 택지 용적률 상향을 비롯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정부·여당이 8월 초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강남 재건축 용적률을 올리는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훼손하지 않고, 일부 신규 택지 개발과 용적률 완화로 공급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2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데다 용적률을 올려 공공임대 물량으로 회수하면,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수도권 공급대책 발표와 관련해 “강남 재건축 용적률 상향을 여러 검토 사안 중 하나로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며 “발표 시기는 다음 달 4일 당정협의를 거친 뒤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주 공급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으나, 용적률 문제가 포함되면서 구체적인 대상과 비율 등 민감한 부분을 놓고 추가 논의가 필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주택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급방안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범위는 다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예고한 대로 서울 인근의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는 물론 다른 택지의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에 포함된 경기 과천지구나 인천 검암 역세권 등 택지의 용적률도 올라갈 수 있다.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의 경우에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기존 8000가구에서 최소 1만가구 이상으로 공급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서는 용산 정비창을 빼면, 용적률 여유분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50만㎡ 이상 중규모 택지가 아닌 이상 용적률을 건드려도 공급량 차이가 워낙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서울의 역세권과 강남권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게 된 배경이다. 현재 400%인 서울시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2배 정도 늘리고 35층 층고 제한도 풀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용적률 완화 대상 지역과 완화 정도, 완화 시 발생하는 이익 환수 방식 등은 ‘공공성 강화’ 원칙에 근거해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당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재개발·재건축에 공공주도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공공 기여도를 분명하게 따져서 그 이익이 민간에만 귀속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의 재건축 완화 방침에 정비조합들이 장단을 맞춰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용적률을 풀어주는 만큼 늘어난 공간을 정부가 공공임대 물량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큰 데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임대주택이 대폭 늘어나는 상황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이 늘어나 봤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생활 여건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분담금 여력이 없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정부가 앞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철회함에 따라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등 수도권 내 국공유지 유휴부지를 택지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와 강남구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 구로역과 효창공원앞역 등지의 철도 유휴부지, 송파·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단지 등도 신규택지 후보지로 점쳐진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은 신규 택지 조성과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10만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동산 대책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가 부동산 대책의 균열, 내국민 역차별을 야기할 소지가 없는지 관련 규정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투자는 적극 장려해야 하지만 투기적 목적의 부동산 구입에 대해서는 신속한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싱가포르, 캐나다 등 해외 부동산 세제 등을 언급하며 관련 조치 방안 마련을 강력히 주문했다.

‘軍부지’ 주택 공급 활용 논란
수도권 신규택지개발 후보지 급부상.. 지역주민 “그린벨트 훼손” 부정적 입장
軍내부선 “박정희 잔재 지우기” 해석도.. 육사 부지 연계개발 방안까지 나돌아
성우회 “국군이 태동한 성지” 강력 반발.. 성남골프장 대체 부지 활용 거의 합의
들끓는 부동산 논란의 불똥이 국방부로 튀었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민심이 뒤숭숭하자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이 수도권 공급주택지 1호로 부상한 것이다. 인근 육군사관학교 이전까지 들썩인다. 땅 소유주인 국방부는 태릉골프장의 주택부지 활용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서둘러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2018년 태릉골프장 택지조성 방안이 나돌았을 때 반대 목소리를 냈던 군심(軍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예비역들 사이에선 국방부 장관이 공군 출신이라 태릉골프장과 육사에 대한 애착이 덜해 그런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돈다. 보다 못한 예비역 장성 단체인 성우회가 지난 27일 해당 지역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자체, 육사 유치전 후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발표 뒤 태릉골프장 일대 택지개발 방안이 검토되자 강원도와 경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육군사관학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사와 태릉골프장 일대 전경. 연합뉴스

◆논란의 태릉골프장

1966년 개장한 태릉골프장은 원래 9홀이었다가 1970년 18홀 정규 코스로 확장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양CC(64년)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최초의 군 골프장이다. 지난해 김포공항에 ‘인서울 27’ 골프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서울에 있는 유일한 골프장이었다.

태릉골프장은 원래 육군사관학교가 생도 훈련장으로 쓰던 뒷산을 개발한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각 사단에서 차출된 공병대가 한 홀씩 공사를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 각 홀 표식으로 사단마크가 새겨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개장식 때 시타를 했고 자주 라운딩을 즐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권양숙 여사와 더러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가깝고 군 시설이라 경호가 쉬웠기 때문이다.클럽하우스 2층에는 박 전 대통령의 개장기념 시타 사진(1966. 11. 5)과 ‘넉넉하고 아름다운 터에서 한시름을 털고 갑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방명록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골프장인 셈이다. 사실 태릉골프장은 육사가 처음 생겼을 때 생도 1, 2기가 교육받다가 불암산 일대 전투에 참여했던 6·25전쟁 전적지이기도 하다. 관련 기록과 문화재도 다수 존재한다. 무엇보다 지난 70년 군의 애환이 자리한 곳이다.

이런 태릉골프장이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자리에서 국·공립시설을 활용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태릉골프장 부지를 언급하면서다. 정부는 2년 전인 2018년에도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울시와 국방부의 반대로 포기했다. 당시 서울시는 “그린벨트가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라며 반대했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콕 집어 태릉골프장을 거론해 그때처럼 강력 반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서울시와 국방부는 반발이 아닌 협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태릉 주변 지역은 아파트 호가가 1억원이 뛰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들뜬 분위기다. 육사까지 연계해 2만가구의 부동산 개발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이어졌다.

하지만 태릉은 부동산 수요가 집중된 강남과는 거리가 있다. 법적으로는 그린벨트 지역이다.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이중성을 드러낸 격이라 지역주민 반발도 작지 않다.

한 주민은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공급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주민은 “(태릉골프장 주택공급은) 지역 발전은커녕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남아 교통체증과 녹지 파괴로 환경오염만 가중할 뿐”이라고 주장했다.군 내부에선 정권이 박정희 잔재를 없애고 싶어한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정권이 6·25전쟁 영웅 백선엽을 뭉갰듯이 골프장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으니까 묻어버리고 싶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치전까지 등장한 육사 이전설

태릉골프장과 연계한 육사 이전설이 나돌자 정세균 총리는 23일 “태릉골프장을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공급에 활용하지만 육사 부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더라도 태릉골프장과 육사를 따로 분리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군 안팎에서는 육사 이전에 따른 거부감 등을 고려, 먼저 태릉골프장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지자체들의 육사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관생도를 포함해 2000여명이 머무는 태릉 육사를 유치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국방개혁에 따른 인구 감소와 접경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충남도와 경북도는 육해공군 본부와 삼국시대 화랑의 본거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골프장 83만㎡ 부지에 육사의 67만㎡를 합치면 150만㎡에 달한다. 골프장 부지만으로는 1만가구에 불과하지만 육사와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인근 구리 갈매지구까지 결합하면 3만가구 규모의 신도시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개발 호재인 것이다.

육사 이전은 수십년째 되풀이돼 왔다. 2005년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됐다. 당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육사의 지방 이전을 수도권 발전대책의 하나로 논의했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방부에 육사 이전에 대한 입장과 추진계획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이 “지방 이전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했고 끝내 무산됐다.

육사는 단순한 군부대가 아니고 교육기관이다. 연구소와 연구자원, 민간대학과의 학술교류 등 다양한 교육 인프라와 연계돼 있다. 군부대, 훈련장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대체부지와 여건을 갖추기 전까지 이전이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육사 출신의 한 영관장교는 “모든 집단이 그렇지만 군도 우수한 인재영입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방개혁도 하고 문민통제에 맞는 전투력 보존과 유지가 가능하다”면서 “하나의 교육기관을 옮기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에 들어오는 인재들, 그들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육사 이전은 태릉골프장과는 분명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릉골프장 그리고 옆에 있는 육사도 나가면 좋겠네, 이렇게 얘기하면 궁여지책이며 군에 대한 홀대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예비역들의 생각”이라면서 “더구나 지금은 육사 출신이 현 정권에서 거의 폐족(廢族)으로 몰리다시피 한 상황이 아니냐.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지적했다.

태릉골프장에서 육사까지 연계해 정부가 부동산 개발에 나서려면 거기에 합당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민룡 숙명여대 교수(예비역 준장)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면 태릉골프장 존속을 고집하지 않는다. 하지만 육사와 세트로 없애는 데는 반대한다. 육사가 위치한 태릉은 호국간성의 요람”이라며 “만약에 미국의 웨스트포인트(육사)를 부동산 문제 때문에 이전한다면 미국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치적 문제를 군사적 시각에서 접근하면 안 돼”

예비역 장성 단체인 성우회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태릉(골프장) 일대와 화랑대(육사)는 역사적 가치와 국가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지역”이라며 “아파트 몇 채와 바꿔서도 안 되며 훼손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릉 일대와 화랑대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과 같다. 화랑대는 국군이 태동한 성지이며 군의 정신적 요람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래통합당 외교안보특위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군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과 관련해 “또다시 만만한 군만 건드려 일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군 출신인 신원식 통합당 의원은 “잘못된 정치적 결단에서 초래된 이슈다. 군이 군사적 관점에서만 이를 물리라고 강요해서는 국민적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서 “태릉골프장과 육사는 그린벨트인 동시에 군사적 사적지이고 향후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다 노원구 지역주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이란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는 태릉골프장 대체부지로 경기도 하남 성남골프장을 활용하는 방안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군으로부터 성남골프장을 반환받아 국토부에 판매한 뒤 다시 양도받는다는 계획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복지혜택을 손상하며 절대 하지는 않겠다”고 군 복지혜택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제작 프로젝트, 이사회 출범 32년만에 조립 착수
한국 핵융합실험로 KSTAR 제작 경험으로 6000억 규모 수주 받아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이 28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 조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7.28/뉴스1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이 28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 조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7.28/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태양의 에너지 생산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미래에너지원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활약상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7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은 본격적으로 조립에 착수하는 핵융합 장치의 주요 부품 중 하나인 진공 용기를 참가국 최초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제작·운용하면서 쌓은 기술 노하우가 주효했다.

지난 28일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열린 ITER 장치조립 착수 기념식은 핵융합 연소 기술 확보를 위해 ITER 이사회가 1988년 꾸려진 이후 32년 만에 장치조립이 본격화됨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실험장치 조립에 착수한데는 한국이 역할이 컸다. 지난 4월 ‘ITER 한국 사업단’은 핵융합의 연료인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 용기 본체를 담당국 최초로 제작했다. 완성된 진공 용기는 6월 프랑스로 운송됐다. 이외에도 한국은 초전도 도체, 블랑켓 차폐 블록, 열 차폐체 등의 부품을 맡아 제작했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맡은 진공 용기가 완성돼 본격적인 조립이 가능하게 됐다”며 “이번 기념식은 핵융합에너지가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는 걸 전 세계에 표방하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유 원장은 “(부품뿐 아니라) 900톤가량 되는 두 개의 조립 장비로 (각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조립한다. 이 장비를 우리나라 기업이 만들었다”며 “(ITER 프로젝트 참여 전반에서) KSTAR를 국내 제작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핵융합 실험장치 KSTAR를 견학 온 학생들이 살펴보고 있다.  2017.1.19/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핵융합 실험장치 KSTAR를 견학 온 학생들이 살펴보고 있다. 2017.1.19/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실제로 현재 전세계 핵융합실험장치 중 ITER과 똑같은 방식은 국내의 KSTAR밖에 없다. KSTAR 건설 경험과 운영 노하우가 ITER 프로젝트에도 십분 발휘될 전망이다.

대전에 위치한 KSTAR는 이번에 개발되는 ITER의 27분의 1 규모이지만 토카막(자기 밀폐형 핵융합) 장치를 이용하는 등 기본적인 작동 개념은 같다. ITER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KSTAR의 운영 경험이 반영되기도 했다. 또 KSTAR를 개발하며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 생산업체가 관련 생산 노하우도 축적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른 국가에서 부품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다.

유 원장은 “각국이 부품 제작을 할당했는데 그 나라 기업들이 그걸 감당할 수 없을 때, 제작 할 수 있는 나라에 의뢰하기도 한다”며 “한국은 KSTAR를 제작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추가 수주를 했다. 다른 나라의 추가 수주 실적이 6000억원이 넘었다”고 강조했다.

ITER 국제공동 프로젝트는 1985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핵융합 분야 협력을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핵융합에너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한국은 2003년부터 가세했다. 그간 각 회원국들은 ITER 장치 건설을 위한 조달품을 개발·제작해왔다. 이번 조립착수 5년 후인 2025년 시험 가동이 목표다.

현재 한국은 “핵융합에너지 실용화 기술 개발로 지속 가능한 국가 신에너지 확보”라는 목표하에 핵융합 에너지 개발 기본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KSTAR와 ITER의 운전 경험을 쌓는 단계로 2030년대부터는 핵융합 에너지 발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내 토카막 조립동 내부.  SSAT는 대한민국이 주도해 만든 ITER 부품 조립 시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7.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내 토카막 조립동 내부. SSAT는 대한민국이 주도해 만든 ITER 부품 조립 시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7.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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